개발용역 시절의 아픈 추억 [10 ]  
김경수.     07/07/19 03:32 | 조회수 450  

지금 밖엔 비가 내렸고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고 기온도 적당하고... 잠자기는 좀 아까운 분위기이다.
문득 전자를 직업으로 하는 후학을 위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특히 사업을 고려하고 있는 후학에게 도움이 되었으면한다.


나는 88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제 2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호주에 이민을 갈려고 직장을 그만두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이민을 포기하고 국내에 살기로 결정하였고
다시 직장을 알아보았으나 뜻대로 되지않아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것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업초기에는 다니던 직장에서 이것 저것 개발일을 맡아서 납품을 시작했는데
이상한 것은 납품을 하면 할 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적자의 원인 파악을 해 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일년이나 지나 그 원인을 따져보니
사업에 대한 감각이 워낙 없어서 원가대비 판매가격은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적자의 원인은 원가계산의 잘못 뿐만 아니라 과당경쟁으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도 없는 구조였다.

3년간 50여가지의 제품개발을 하고, 일요일을 포함하여 쉬는 날 없이 일의 연속.
그 것도 매일 밤 늦게까지 한마디로 눈만 뜨면 일을 하는 3년을 보낸 결과는 수천만원의 누적적자.
이때가 80년대말이니 지금의 돈으로 환산해보면 수억원의 적자이고 이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면
그당시 나의 연봉으로 최저생활을 하면서 10년이상 걸리는 금액이었다.

딜렘마였다. 사업을 계속해서 성공을 해야하나 다시 취직이라도 해서 빚을 갚아 나가야하나.
고민끝에사업을 계속하기로 했고 이 즈음에 나의 제품으로 판매에 나섰고 그 제품에 대한 거래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운이 좋았던 탓인지 몇년간의 사업호조로 빚도 갚게 되었고 일단 위기는 모면하게되었다.

그 이후 사업을 해 나가는 나의 스타일은 매우 보수적인, 즉, 모험이 있는 큰 이익보다 확실한 작은 수익을 선택하는 것으로 변하였다.

3년간의 개발용역을 되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1. 개발용역은 수주할 당시의 규격이 납품시에는 더 구체화되고 사양이 추가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납품한 후에 규격이 변경되거나 납품후에도 추가적인 변경이 요구된다.
   끝이 없는 업그레이드의 연속이다.

2. 개발기간은 항상 생각보다 2, 3배 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한달에 끝날것으로 생각하고 제출한 견적이 실제는 2,3 개월의 개발비가 필요하게된다.

3. 개발대상이 늘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타겟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고
   이것이 결국 개발기간에 포함되며 이것을 비용으로 받아 낼 수가 없다.

4. 회로설계나 기구 설계가 한 번에 완성되지않는다. 몇차례의 수정이나 시행착오를 통해 제품이 완성되어 간다.

5. 적정한 개발견적을 내면 경쟁사와의 비교견적으로 가격이 조정되고 결국 채산성이 없는 일을 맡게되거나
   일을 포기하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일거리를 구하기가 쉽지않고 경쟁자가 많다는 것이다.

6. 아무리 개발하는 것이 취미라 하더라고 일이 너무 고되다. 쉴 수 있는 여유가 없다.

7. 개발한 제품이 성공적이라도 얻을수 있는 이익은 개발용역비뿐이다.

결국 개발용역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여야하나.  

그 해답은 자기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된다.

1. 일정한 개발 기간동안 납기에 대한 부담없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2. 한가지 제품개발에 몰두 할 수 있다.

3. 특정분야에 대하여 많은 지식과 자료를 모을 수 있으므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어진다.

4. 판매수량이 폭주해도 생산에 대한 부담이 적고, 매출은 곧 이익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한 가지 제품으로 경제적인 여유로 누릴수 있다.

5. 꾸준히 판매되는 제품일 경우 추가적인 개발에 대한 부담이 적으므로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유사한 제품을 추가적으로 개발하거나 신제품을 만들어나갈수 있다.

그럼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가.

개발할 제품 선택중에 가장 쉬운 방법이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 소위 만만한 경쟁자를 찾는 것이다.
제품이 나오고는 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이나 기능을 못따라간다던가 하는 것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김밥장사도 하기에 따라서는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럼 개발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간단히 개발용역을 맡아서 적자를 좀 본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같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개발은 위험성도 있으므로 투자자를 찾아야겠지만 어디 돈만 투자할 투자자가 있겠는가.
그저 자기가 조달할 수 있는 예산범위내에서 작은 것부터 만들어 나갈 것을 권하고 싶다.


  어울림
저도 직장다니다가 사업한지 5년째이고 아직도 개발용역을 하고 있는데 구구절절이 맞는말씀을 하시네요 .자기제품을 만들어야생각은 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앞으로도 많은조언들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2007/07/19 10:23  


이의준
김경수님께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모랐내요.. 앞으로도 선배님의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2007/07/19 10:54    


디스플레이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서 진행중입니다. 김경수님의 말씀 뼈속 깊이 새기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7/07/19 17:56  
  

이호석
와... 김경수님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입니다 ^^ 2007/07/20 08:32    


김영철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네요. 저도 쌍팔녕에 시작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내 제품이 없어서 허덕입니다. 개발 용역해서는 돈을 벌수 없습니다. 님의 말씀에 무게를 더하기 위하여 몇자 덧붙였습니다. 2007/07/20 14:03    


  신정순
훌륭한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2007/07/20 16:10  


  삼족오
전 사업을 하지 않지만 정말로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저런 말씀은 돈주고도 못사는 조언입니다.. 감사합니다..
머리속에 깊이 각인하겠습니다.. 2007/07/20 17:19  


메카
개발비는 통상의 생각에 3배 정도 책정하면 될까요?
2007/07/20 17:52  



소나기
사오정에 가까워지는데, IT Solution 쪽으로 제품개발해서 창업하려고 준비중 입니다 ...
개발용역해서는 어려울것 같아서 제품개발부터 하고 있읍니다 ... 2007/07/21 15:56


안흥수
저도 1억5천 투자해서 제품개발 생산 특허까지 났는데 운영자금 판로등으로 진땀흘리고 있습니다. 2007/07/22 15:38